하루아침에 무너졌다. 코드 한 줄의 거짓말

몇 달을 쌓아 올린 전략이 백테스트 코드 한 줄 위에 서 있었다. 환상이 깨진 자리에서, 진짜 숫자 위에 다시 선다.

하루아침에 무너졌다.

 

지난 몇 달, 나는 작은 사업 하나를 쌓아 올리고 있었다.

시장을 읽고 스스로 사고파는 전략들 — 내가 만든 봇들이었다.

 

5월 내내 성적표는 단단했다.

모의로 돌리는 실거래 검증에서도 수익은 꾸준히 났고, 곡선은 흔들림 없이 위로만 향했다.

나는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다. 이제 진짜 돈을 넣을 일만 남았다고.

 

그런데 그 단단함이, 코드 딱 한 줄 위에 서 있었다.

 


-95%에서 멈춰 선 한 줄

백테스트라는 게 있다.

과거 데이터 위에서 전략을 미리 돌려보는 모의실험이다. 미래에 진짜 돈을 걸기 전에, “이 전략이 지난 5년간 어땠을까” 를 가늠하는 풍동(風洞) 실험 같은 것.

 

내 백테스트 코드 어딘가에, 하루 손실을 -95%에서 멈추도록 잘라두는 줄이 한 줄 들어가 있었다.

별것 아닌 안전장치처럼 보였다. 문제는 두 가지였다.

 

첫째. 현실에서 레버리지를 쓴 포지션이 -95%까지 가면, 그건 청산이다. 끝이다.

계좌가 터지고 게임이 종료된다.

그런데 내 시뮬레이션은 바로 그 지점에서 손실을 멈추고, 다음 날 그 포지션을 다시 살려냈다. 죽었어야 할 전략이 좀비처럼 매일 되살아났다.

 

둘째. 그 줄은 손실은 -95%에서 막으면서, 이익은 무한대로 열어두었다.

손실은 막고 이익은 열어둔, 비대칭이었다.

 

죽지 않는 좀비가 가끔 하루에 +1,786% 같은 말도 안 되는 폭등을 찍었다. 자본이 음수까지 터졌다가 0 근처를 지나며 만든, 계산상의 유령 숫자였다.

그 유령들이 복리로 쌓이고 쌓여 — 결국 “연 +107%” 라는 환상의 성적표가 됐다.

 

나는 그 성적표를, 몇 달 동안 진짜라고 믿었다.

 


진짜 숫자

그 한 줄을 걷어내고, 현실처럼 다시 돌렸다.

청산은 청산으로, 비용은 비용으로, 정직하게.

 

구분환상의 백테스트정직한 재현
연수익(CAGR)+107%+22%
최대낙폭(MDD)얕음-62%
시장 대비 우위압도적사실상 0

 

위험 대비 수익으로 따지면, 그건 그냥 지수 펀드 하나 사두는 것만 못한 성적이었다.

몇 달을 갈아 넣은 그 전략에는, 알고 보니 시장보다 잘난 구석이 단 하나도 없었다.

 

이걸 인정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.

틀린 게 아니라, 틀린 채로 옳다고 믿으며 달려온 거리가 너무 길었으니까.

 


그래도, 다행인 것

다행인 건 — 진짜 돈을 넣기 전에 이걸 찾았다는 것이다.

 

쓰던 도구가 한 단계 업데이트되면서, 그 비대칭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.

아직 모의 단계였으니 실제로 잃은 돈은 0원이었다. 환상이 깨진 자리에, 빚 대신 깨달음만 남았다.

며칠만 더 늦었어도, 나는 내 돈으로 그 좀비들을 믿었을 것이다.

 

그리고 또 하나. 전부 무너진 건 아니었다.

 

봇 두 개 중 하나, 미국 주식을 다루던 쪽은 정직한 검증을 통과했다.

시장이 무너지던 2022년에 오히려 +13%로 버텨낸, 진짜 방어력을 가진 녀석이었다.

무너진 건 화려했던 쪽이었고, 살아남은 건 수수했던 쪽이었다. 늘 그렇듯이.

 

하지만 나머지는 — 내가 가장 공들였던, 가장 화려했던 80% 는 — 쓸모를 잃었다.

결국 거의 처음부터, 다시 전략을 짜야 한다.

 


다시

사업을 하다 보면 이런 무너짐은 또 오겠지.

화려한 게 거짓이고 수수한 게 진짜인 걸, 매번 이렇게 비싸게 배우겠지.

 

그래도 내가 할 수 있고, 하고 싶은 일이라면, 그 한 줄의 거짓말까지 끌어안고 가는 수밖에 없다.

 

아직 6개월 남았다.

이 정도 어려움은, 피할 수 없는 길의 일부다.

솔직히 근래 가장 가라앉은 며칠이었다.

 

그래도 환상이 아니라 진짜 숫자 위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는 것.

어쩌면 그게 이번 무너짐이 내게 준, 가장 비싸고 가장 정직한 선물일지도 모른다.

 

다시 마음을 잡는다.

다시 해보자.

 

강해야 오래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, 오래 살아남아야 강한 것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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